터키의 긴장이 이라크 주둔 미군을 위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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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1915년 오스만투르크가 아르메니아인 약 1백만 명을 살해한 것을 대량 학살로 규정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문제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터키밖에 없다. 최근 프랑스 의회도 아르메니아인 대량 학살을 부인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을 통과시키며 비슷한 조처를 취했다.

터키 정부의 공식 입장은 피해자 수에 대해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아르메니아인들이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전시에 일어난 사건이고 쌍방 살해 사건이라는 게 터키 정부의 입장이다.

터키에서 이런 공식 입장에 문제를 제기했다가는 악명높은 형법 301조에 따라 “국가 정체성 모독” 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도 아르메니아인 1백만 명이 살해당했다고 말했다가 형법 301조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아르메니아계 신문 편집자인 흐란트 딘크는 형법 301조 위반 혐의로 재판받던 도중 파시스트에게 총을 맞아 죽었다.

이토록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 하원의 결의안 통과는 터키에서 민족주의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터키 정부는 미국에 보복 조처를 취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재앙

보복 조처로 논의된 사항들은 조지 부시가 이라크에서 끊임없이 일으키고 있는 재앙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다.

터키는 미국의 인줄리크 공군기지 사용을 금지해서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보급을 차단할 수 있다. 또, 이라크 북부 지방에 본거지가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 게릴라들을 추적하기 위해 이라크 북부로 침투해서 군사작전을 시작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조처 모두 이라크 점령군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이라크 주둔 미군에게 가는 항공화물의 70퍼센트, 연료의 30퍼센트, 신형 지뢰방호 장갑차량의 95퍼센트가 터키를 거쳐간다고 말했다. 인줄리크 기지 폐쇄는 미국의 계획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터키의 이라크 침입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킬 것이다. 터키의 이라크 침입은 미국 하원의 표결 전부터 논의돼 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에 터키 군대는 국경을 넘어 이라크로 쳐들어가 PKK를 빈번하게 공격하곤 했다.

그러나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동맹 세력이다. 그리고 이라크의 쿠르드족 거주 지역은 이라크에서 치안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는 유일한 지역이다. 그래서 미국은 2003년 이후 터키가 이라크의 쿠르드족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 왔다.

이 달 초에 PKK는 두 차례 공격에서 터키 병사 15명을 살해하는 등 터키군을 상대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터키 군부의 강경파들은 군사작전을 감행하라고 떠들어댄다. 이번에는 PKK의 행동과 미국 하원 표결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기 때문에 군사작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커졌다. 부시 정부가 거의 공황 상태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터키 정부에 몇 차례나 전화를 걸었고, 미국의 고위 관리 두 명이 터키로 날아와서 터키 정부 관리들을 면담했다.

사실, 터키 정부든 군대든 이라크 국경을 넘어가서 군사작전을 펼치는 것에 별로 열의가 없다. 터키 정부는 지난 7월 총선에서 쿠르드족 거주 지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따라서 이라크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은 정부의 입지를 손상시킬 것이다.

정치적

현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 문제를 군사적 수단이 아니라 정치적 수단으로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뜻을 보여 왔다. 터키군 수뇌부도 과거와 달리 PKK와의 전쟁을 지속하는 것에 그다지 열의가 없다.

심지어 보통 때는 비열한 일부 언론들도 지난해 이라크에서 실시된 20차례의 군사작전에서 군사적 성과든 다른 성과든 이렇다할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이 사탕발림과 뇌물로 터키 정부를 달래는 데 성공할 듯하다. 그러나 터키 정부와 군대에 대한 민족주의적 압력이 너무 커서 군사적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 되면 이라크 재앙은 더 악화할 것이고, 더 많은 미국인·쿠르드인·이라크인이 피를 흘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