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각 평균 재산 37억 원 vs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는 최저임금:

화물 노동자 승리는 우리 모두를 위한 정의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이 생계비 위기에 맞선 저항을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물가·기름값 폭등 상황에서 15년 전 수준에 머문 운임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어 올해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하고 투쟁을 시작했다. 6월 2일 파업을 시작한 후, 이천, 청주, 홍천 공장 앞에서 대체 수송 저지 투쟁을 벌였고 지금은 본사 건물 안팎에서 보름 가까이 농성하고 있다.

사회적 관심과 압박에 밀려서 하이트진로 물류팀장이 교섭 자리에 나왔지만, 사용자 측의 태도는 몇 달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측은 운임 문제는 협의체를 구성해 나중에 논의하자고 한다.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렇게 싸워도 꿈쩍도 안 하는데, 나중에 논의하자는 말을 어떻게 믿겠어요.”

또한 사측은 지금 복귀하는 조합원들은 해고(계약 해지)하지 않겠다면서도 자신들이 지목한 조합원 일곱 명은 절대 복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주요 활동가들을 솎아 내 노조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다. 노동자들은 이런 이간질에 맞서고 있다.

손해배상 가압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며칠 전 사측이 손배 청구 조합원을 14명 더 추가한 사실이 알려졌다. 탄압 확대이자 분열을 노린 협박이다. 손배 가압류 소송 대상 인원과 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압박으로 대오를 분열시키려 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손잡고’(손배 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민변 등이 즉시 하이트진로 사측의 추가 손배소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지율 추락에 직면하자 ‘민생’ 운운하지만, 다 거짓부렁이다.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민영화 등 경제 위기 고통 전가 정책은 열심히 추진하는 반면, 생활고에 직면해 저항에 나선 노동자들에게는 ‘법과 원칙’을 앞세울 뿐이다. 경찰은 사측이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한 조합원들에 대해 재빠르게 조사에 들어갔고, 벌써 출석을 통보했다.

그럼에도 농성 노동자들은 여전히 굳건하다.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고 심신이 지쳤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지금 물러나면 이전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광범한 불만과 분노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은 세계적 인플레이션 대란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물가 상승률이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다음 달에는 라면·우유·과자·빵 등 식료품 가격도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추석을 2주 앞두고 배추, 시금치, 명태 등 ‘추석 물가’가 벌써 껑충 뛰었다. 전기·가스 요금도 또 오를 전망이다.

〈노동자 연대〉 지지자들이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진행한 거리 가판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물가가 너무 올라 허리가 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각국 지배자들이 물가를 잡겠다며 내놓은 금리 인상은 그나마 대출에 의존해 살 집을 마련하고 생계를 유지해 온 청년·학생·노동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물가가 임금보다 더 먼저, 더 빨리 올라서 노동자들은 실질 임금이 삭감됐다.

반면,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 1인당 평균 재산이 37억 원이고, 윤석열과 김건희는 예금 자산만 55억 원이 넘는다. 이런 지배자들이 물가 오른다고 쌀 걱정, 난방 걱정을 할 리는 없고, 오히려 금리 인상으로 부를 더욱 늘릴 것이다.

물가 폭등, 금리 인상, 실질임금 삭감으로 인한 고통은 몇몇 부문 노동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광범한 노동계급이 삶과 생활에 타격을 받고 있다.

“15년 전 임금으로 어떻게 사냐”며 싸우는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이 많은 청년·학생·노동자들로부터 커다란 공감을 얻는 이유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은 생계비 위기에 맞서 집단적으로 저항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노동자들이 이긴다면, 불만은 있지만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투쟁에 나서도록 고무할 수 있다.

대학생 양청현 씨는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을 받고 알바를 하고 있는데,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투쟁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왜 이 임금을 받고 있는가 하는 정당한 분노가 생겼습니다.”

8월 24일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 투쟁을 응원하는 강남역 거리 행진을 통해 노동계급 청년들의 정서를 엿볼 수 있었다. 박수도 많이 받았고, 한 사무직 노동자는 임금 인상 구호에 동의한다고 외쳤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던 노동자는 엄지를 들어 보였다.

파급 효과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이 사회적 관심을 받자, 비슷한 조건의 유통업계가 이 투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혹시라도 파업이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그런 조짐이 보인다.

‘포카칩’, ‘스윙칩’ 등 과자류를 운송하는 오리온 화물 노동자들(화물연대 충북지역본부 청주지부 소속)이 운송료 인상과 배차 차별에 항의하며 홍보전을 하고 있다. 이 노동자들은 “유가 상승, 물가 인상에도 턱없는 운송료로 기본적인 생활조차 못하고 힘들게 근무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른 부문 노동자들도 물가 폭등, 실질임금 삭감으로 인한 생계비 위기에 직면해 곳곳에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전력 하청 전기 노동자들(건설노조)은 8월 31일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다. 건설노조 토목 건축 노동자들은 9월 1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연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농산물 등을 나르는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추석 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6월에 8일간의 전국 파업을 벌인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국회를 압박하는 릴레이 집회를 9월 3일부터 시작한다.

공무원노조와 금융 노동자들도 실질임금 삭감에 항의하고 있다.

생계비 위기에 직면한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저항에 나서고 있다.